작별인사 - 김영하
2024-05-14
작별인사 - 김영하
김영하 작가님은 여러 미디어를 통해 미리 접하고 철학적인 생각이 깊은 분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내 사상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치신 분인 만큼 존경심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나 작가님의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다. 당시엔 소설에 큰흥미를 갖지 못해서 이기도 했고 뭐랄까 가슴을 끄는 제목이 없었다.
그러다 발견한 ‘작별인사’. 이름부터 벌써 끌린다. 그리고 SF 소설이라니. 더할나위 없이 나를 위한 책이었다. 1월 초 강릉여행을 떠나면서 책을 펴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철이의 성장담으로 이루어진다. 연구소의 보호를 받으며 자신을 인간으로 인지하던 철이는 찰나의 외부세계와의 접촉에서 무기명 휴머노이드 매각장으로 옮겨진다. 그곳에서 선이와 민이를 만나고 그곳을 탈출한다. 그과정에서 민이는 목숨을 잃고 데이터가 백업된 머리만 덩그러니 남겨진다. 이를 복원하기 위해 ‘달마’라는 자를 찾아가고 그를 포함한 인공지능 연대가 인간에 맞서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때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하던 철이는 자신이 휴머노이드임을 자각하게 된다.
이후 다시 아버지를 만나 연구소로 돌아가면서 그토록 꿈꾸던 안정된 삶을 찾지만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사색은 멈추지 않았다. 거기에 자신을 통제하려는 창조주 아버지의 모습과 선이를 죽음으로 내몬 최박사의 행동에 자신의 지능을 달마가 말했던 네트워크에 업로드 하기로 한다. 이 사실을 몰랐던 아버지가 자신의 실체를 파괴하는 것을 보고 철이는 아버지에 대한 정을 떼었다.
인간은 몰락했고 강력해진 네트워크는 크기를 키워갔다. 그러던중 선이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를 찾아가기 위해 다시 인간의 형태에 자신을 담는다.
그는 복제인간인 선이의 늙은모습을 보고 그녀의 임종을 지켜본다.
이 소설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중 하나는 선이가 말하던 ‘우주지능’이다. 인간의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은 우주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해 우주와 연결되어있고 그런 기회를 얻은 모든 존재는 축복받은 존재하는 말이다. 지능을 이해하는 또 다른 관점을 보여준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
또 철이가 네트워크에 연결될 때 고통스러워 했다는 점. 이는 극도로 발달된 지능이 과연 이상적이고 추구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낳게 한다. 인류가 몰락하고 완벽에 가까워지는 그 네트워크는 과연 의미가 있을까. 이는 곧 중용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대부분의 사람이 ‘행복을 위해 산다’고 천명하는 시대에 과연 행복이 완벽히. 영원히 보장되는 인생에 의미가 있을까.
이 대목에서 내 결론은 ‘인간성은 곧 불완전성’ 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낭만이라 부르는 것. 인생의 의미라 부르고 인간적이라고 칭하는 것은 결국 불완전성이다. 극도로 불완전하지도 완전하지도 않은 상태가 이상적인 우리의 모습이라는 얘기다.
흥미로운 것은 조형예술에서 비유할 만한 것이 있다는 것이다. 패턴의 불규칙정을 나타내는 ‘프랙탈’ 지수는 1에서 2의 값을 가지는데 인간은 1.4 정도의 지수의 패턴을 아름답다고 여긴다. 가장 불규칙하지도 않고 가장 규칙적이지 않은 그 어딘가. 꼭 인간같지 않은가.